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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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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새로운 시간여행

라드츠 제국 시리즈 이후 제일 몰입하여 속도감 있게 읽어 내려간 책입니다. 시간 여행은 진부하지만 새로운 설정이 등장합니다. 평행 우주와는 좀 다릅니다. IFT는 관찰자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관찰자가 떠나면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병 속의 나비 개념. 관찰자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 세계의 상실을 두려워하여 관찰자가 떠나지 못하도록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게 되는 것입니다. 조금 의문인 것은, 관찰자가 떠날 경우 세계 자체가 없어지고, 나 자신의 인식 또한 없어지게 될 텐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시간 여행에 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굳건한 대지(Terra Firma) 로 표현되는 현실이 있고, 시간여행을 하면 항상 굳건한 대지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야기는 연관있어 보이는 몇 개의 살인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NCIS여성 수사관 섀넌 모스가 파견됩니다. 그년 여성이며 한쪽 다리를 의족으로 대체한 장애인입니다.  그녀의 임무는 미 해군이나 해병대원과 관련된 범죄 활동을 조사하는 것이지만, 미래에서 단서를 찾기 위한 시간여행을 하는 것 또한 포함하게 됩니다. 모스의 굳건한 대지는 1997년입니다. 어머니와 형제가 잔인하게 살해된 소녀 마리앤이 실종된 사건을 추격하게 됩니다. 주요 용의자는 전직 해군으로, 모스는 비밀임무에서 분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선에 탑승했던 우주사령부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시공간을 헤쳐나가는 여행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알고 있는 모스는 더 깊은 관련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스는 마리앤의 실종에 대한 미래의 파급과 범인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미래의 지구로 향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역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터미너스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모든 현실의 종말을 가져올 종착역으로 알려진 사건입니다. 모스는 미래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마다 터미너스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드게 됩니다.

 

작가 톰 스웨터리치

작가인 톰 스웨터 리치는 디스트릭트 8을 감독한 닐 블롬캠프 감독과 4편의 단편 영화를 공동 집필한 이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닐 블롬캠프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평하며 러브콜을 보냈다고 합니다. 작가의 작풍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범죄 장면 하나하나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배치는 독자가 소설에 매우 사실적으로 몰입하도록 합니다. 

잔인한 장면 묘사에서 작가의 아이디어와 매력이 넘치는 듯싶습니다. 거칠게 묘사되어 있으나 꽤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진 듯 묘사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터미너스로 향하는 사람들이 은액을 토한다거나,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참혹한 장면이라거나, 특정 행성에 도착했을 대 뼈와 살이 분리되고 내장과 핏줄이 공중에 걸리는 장면 묘사들은 고어적인 잔인함을 넘어 매우 생생합니다. 

 

그리고 감상

여러 가지 새로운 개념과 묘사들이 등장합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애매하게 묘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QTN이라는 입자라거나, 십자가형, 은액을 토하는 사람들, 중독되었다고 표현해도 될까 싶은데,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 터미너스라고 명명된 종말을 거부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두 번쯤 하고 나서부터는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 즈음에 작가가 친절하게도 궁전 기억법이라는 개념을 알려줍니다. 다만 엄밀하게 설정을 계산적으로 읽을 수 없는 독자인지라, 너무 헷갈렸습니다. 최근 영화 테넷이 생각날 정도로 영리하고 교묘하고 복잡한 설정이었습니다. 테넷을 보고 나서는 다시 한번 보겠노라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물론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요. 이 소설은 어땠을까요. 근래 본 과학 소설 중 제일 몰입도가 높긴 했습니다.

 

번역은 무난했으나, 개념잡기 힘든 단어들도 꽤 눈에 띄었습니다. 그 경우 번역가는 설명을 포기하고 원작에서 제시한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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