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블랙 에코

해리 보슈의 첫 번째 등장: 블랙 에코 The Black Echo 

더 블랙 에코 표지

LA의 경찰 살인사건 전담반 형사 해리 보슈. 멀홀랜드 댐의 배수관에 시신이 발견됩니다. 그것은 단순한 변사체 그 이상인 것으로 밝혀지는데, 살해된 남자는 해리 보슈의 베트남 참전 당시 함께 싸웠던 동료 땅굴쥐였던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해리 보슈 월드 시리즈 중, 해리 보슈의 베트남 참전 경험은 줄기차게 반복되어 곱씹어지고 특히 이 베트콩의 땅굴에 침투, 작전을 수행했던 땅굴쥐의 경험은 해리 보슈의 사건 해결과 인생사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아마도 LA폭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은 추후에 다시 언급해 보겠습니다) 

 

막다른 골목이 있는 미로에서 도시 지하의 대담한 범죄 강도에 이르기까지 그의 생존 본능이 다시 한 번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경찰 내부의 적들과 맞서고 정의와 복수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해리 보슈가 쫓는 살인자는 다시 한번 그를 놀라게 합니다.

 

이 책은 1992년 출판됐습니다. 강력반 형사 해리보슈. 지금까지 총 24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현대 경찰 소설의 표준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해리는 그 해 마흔두 살이었고, 거의 평생을 경찰에 복무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해리가 아주 어렸을 때 가족을 떠났고, 해리는 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해리의 어머니는 매춘부였고 해리가 열한 살 때 살해당하게 됩니다. 그녀가 사망한 후, 해리는 캘리포니아의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내게 되었고, 나머지는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살게 됩니다. 그 후 군대에 입대하여 베트남으로 가게 됩니다. 전역 후 그는 엘에이 경찰이 되고 결국 강력반의 스타가 됩니다.

 

해리 보슈가 베트남 참전 용자였고 그가 이미 마흔두 살이었다는 사실은 마이클 코넬리에게 일정한 한계점으로 받아들여졌을 것 같습니다. 시리즈의 중반에 해리 보슈는 이미 오십 대였고, 은퇴를 바라보게 됩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이를 해결했습니다만, 다시 시도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했을지도 모릅니다.

 

해리 보슈가 마흔 두 살이고 이미 오랜 경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거의 완성형 인물입니다. 그가 그 자신의 경찰직에 대해 진심이고, 그가 조사하는 범죄의 희생자들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려는데 열심히라는 점에서 다른 경찰들과 비교됩니다. 시리즈 후반부에는 모두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슬로건을 명백히 내세웁니다.

 

해리 보슈는 자신보다 정의 실현에 관심이 덜한 이기적인 경찰 관료들 사이에서 외로운 길을 걷습니다. 가령 해리의 파트너인 에드거는 부동산업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경찰이며, 경찰보다 부동산업에 더 관심을 쏟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십 년을 경찰직에 복무한 후 연금을 받고 풀타임으로 부동산업에 뛰어드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해리 보슈의 윗선은 다 나쁩니다. 그들은 봉사하고 보호해야하는 경찰의 사명보다 본인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키고 경찰 이미지를 보호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집니다. 그래서 해리 보슈는 이 책을 비롯한 나머지 시리즈들에서 줄곳 자신의 위치를 위험하게 하고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해리 보슈가 뛰어난 형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는 팀플레이어가 아니고, 매번 경찰을 난처하게 하는 방향을 아무 고민 없이 선택하곤 하니까 말입니다.  그 결과 경찰 권력은 해리를 몰아내려 하고 상사와 끝없이 싸우게 됩니다. 그리고 내부감사 형사들은 그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해리 자신도 그리 다정한 성격은 아니어서, 그의 배경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관심이 없고 때때로 그와 어울리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에게조차 기분을 상하는 방식의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습니다. 

 

해리 보슈 시리즈 특유의 반전이 시작된 첫 책입니다. 제 기억에는 이후 3권까지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범인에 대한 반전이라거나 해리 보슈의 의도에 대한 반전이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구매했기에 매 권의 약 95%부터 반전의 실마리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FBI 엘리노어 위시가 해리 보슈의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 같습니다. 작가 자신도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엘리노어 위시를 비롯한 주요 FBI 인물 하나가 남은 소설들 중 한 두 개에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