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뜨개질하는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1902~1981)

일본의 추리소설가.  더벅머리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작품으로 유명한데, 장편과 단편을 합쳐 모두 77개의 작품에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집필 중 잘 풀리지 않으면 뜨개질을 했다고 합니다. (역시 배우신 분...)

 

긴다이치 코스케가 바로 김전일

긴다이치 코스케,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것 같은데 바로 추리만화 김전일 시리지에서 전일이가 말하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의 그 할아버지가 긴다이치 코스케입니다. 김전일(金田一)일 일본어로 독음하면 긴다이치가 됩니다. 후술하겠지만 이 작품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이 긴다이치 코스케의 마지막 작품으로, 독신으로 살아왔으며 말년에 재산을 모두 기부하거나 나눠주고 미국으로 간 것으로 확인하는 바... 김전일이 과연 언제 어떻게 태어난 생명인지는 미스테리입니다.

 

역사적 배경

극악무도한 첫번 째 사건은 쇼와 28년(1953)일어나고, 두번 째 사건은 쇼와 48년(1973)에 일어납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호겐 일가의 첫번 째 인물 소개는 호겐 데쓰마로, 분큐2년 (1862)에 태어났습니다. 무려 100년이상의 시간을 두고 인물과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어 19세기말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일본의 사회상을 일부 엿볼 수 있습니다. 풍속 소설이랄 것 까지는 없지만 전후 일본의 피폐함이라든지 문화적인 욕구, 젊은 세대의 풍경을 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한국전쟁이 일본 전후 성장의 주요한 배경이었으므로 한국전쟁도 일부 서술되어 있습니다.  

 

감상 (스포일러 있음)

소설은 작가인 요코미시 세이조 자신이 모델이 된 것 같은 소설가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호겐 데쓰마와 그 일족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호겐 일가와 이가라시의 세 겹의 인연이라고 소개합니다. 이가라시가 어떻게 호겐 일가에 마수를 뻗쳤는가 부터 시작해서 복선이 많습니다. 소설은 기괴한 사건을 필두로 색정적인 모습까지 드러냅니다. 미스테리가 궁금해서 빠져들게 합니다. 추리 소설을 읽으며 트릭에 대해서보단 내러티브의 원인과 결과에 신경을 쓰며 읽는 편인데,  부풀려놓은 기대에 비해 약소한 결말 같기도 했습니다. 쇼와 28년의 사건의 실체는 매우 기괴합니다. 일본은 과연 색에는 관대하구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주인공 야요이의 비밀도 생각보다 시시했습니다. 의붓아버지와의 통정의 결과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든 유리코와 고이의 판박이같은 외모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아버지의 핏줄이 이어진 증거로만 보였을 뿐이라니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호겐 데쓰야가 야요이로부터 고이(첩살림으로 태어난 사생아)를 숨기며 야요이를 무서운 여자라고 표현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캐릭터의 괴리감이 있기는 합니다. 쇼와 28년에도 이미 노년이었던 야요이는 쇼와 48년까지 관대하고 여유롭게 묘사됩니다.  빈과 고이의 정사 장면을 포함, 사진을 매개로 한 변태적인 관찰자의 모습이 표현된 것도 놀랍습니다.

 

고이가 유리코의 삶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살 수 있었던 것도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모와 조카사이에 판박이같은 외모라는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사생아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재즈가수가 되기위해 노력했던 고이가 명문가에서 태어나 군림하며 자라고 가학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았던 유리코의 삶을 이어 살아갔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작가는 고이가 미군부대에서 공연하며 얻은 지식으로 미국 생활도 문제가 없었다고 하고, 남편인 시게루에게도 변하고 싶다는 말로 이전의 자신 성향을 부정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듯 했다는데, 소설적 허구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상한 점을 늘어놓긴 했지만 굉장히 흡입력 있는 재밌는 소설입니다. 올해의 페이지터너로 임명하겠습니다. 요코미조세이시의 소설이 시공사에서 하나 둘 출판될 때마다 종이책으로 구매했습니다. 밤산책, 악마의 공놀이 노래, 팔묘촌, 옥문도... 매 책마다 더벅머리에서 비듬이 폴폴 날리는 긴다이치코스케의 매력에 단숨에 책을 읽어내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리디실렉트를 통해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 일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재(2021년 8월 19일) 공개된 책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리디셀렉트 서비스는 출판사와 리디의 계약에 따라 읽을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미리 마이셀렉트에 추가하기를 추천합니다.)

 

• 여왕벌(2021년 8월 29일까지)
• 이누가미 일족(2021년 8월 29일까지)
• 밤 산책(2021년 8월 29일까지)
• 팔묘촌(2021년 8월 29일까지)
•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2021년 8월 29일까지)
• 옥문도(2021년 8월 29일까지)
• 혼진 살인사건(2021년 8월 29일까지)
•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2021년 8월 29일까지)
• 병원 고개의 목마달아 죽은 이의 집 2 (2021년 8월 29일까지)
• 삼수탑(2021년 8월 29일까지)
• 악마의 공놀이 노래 (2021년 8월 29일까지)
• 백일홍 나무 아래 (2021년 9월 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