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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혼진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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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혼진살인사건 책 표지

들어가는 말

이번에도 역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십수년 전에 종이책으로 출판했을 때 분명 읽은 것 같았습니다(?) 

리디셀렉트에서 곧 내려갈 예정인 책이라 다시 한번 읽고자 한 마음이었는데

어쨌든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처음 읽은 것과 다름없이 읽엇으니

이번 달에도 리디셀렉트 6,900원이 아깝지 않습니다.:)

 

정명원 역의 시공사판 혼진살인사건에는 3개의 중,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 혼진 살인사건

-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 흑묘정사건

혼진 살인사건 (스포일러 있음)

알고보니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인가봅니다.

말더듬는 버릇과 꾀죄죄한 겉모습으로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한편

알 수 없는 매력으로 부탁을 들어주게 하는 이 사립탐정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비화(?)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작중 소설가(화자)가 최초로 쓴 긴다이치의 공명담이기도 합니다.

 

눈 내리는 밤, 첫날밤을 치르던 신랑 신부의 침소에서 날카로운 거문고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립니다.

신랑과 신부는 일본도로 참살당했고, 덧문은 모두 닫아걸려져 있었으며 신혼방 침상 머리에 있던 거문고는 쓰러져 있었습니다. 밀실 살인인 셈입니다. 

 

미스테리 매니아인 신랑의 동생과, 서재에 가득한 미스테리 책이 소개되고, 긴다이치의 언어로 해외 작가들의 기계적인 밀실살인 트릭에 대한 집착 비판 등이 먼저 서술되므로 과연 어떤 기발한 트릭일까 궁금했는데, 사실은 매우 기계적인 트릭이었어요. 이런 트릭에 대해서, 저는 전혀 검증하지 않습니다. (추리 도서에서 흔하게 나오는 지도나 방구조도 같은것 대충 읽는 타입...) 그렇게 때문에 얼만큼 신빙성이 있는지 전혀 궁금하지도 않아요. 개인적인 취향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사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고요.

 

나름 추리소설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소설에서 언급된 고전 미스테리들 중 읽지 않은 한 가지고 눈에 띕니다. 바로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미스테리'인데요. 소설 속에서는 기계적 트릭이 아닌 밀실살인이라는데... 아마 저는 분명히 읽었을 것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을뿐이지요.

 

아무튼 사건이 해결되고 긴다이체가 멋지게 트릭과 복선을 해결해나가고는, 작가는 최초의 단서들에 대해 본인이 시도한 서술트릭에 대해 독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건지 사과를 하는건지, 뽐내는 건지 모를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아마...나중에 분명히 생각이 나지 않을까봐 적어놓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모방했다고 저자 자신도 고백하는 거니까 죄책감은 없이 스포합니다. 

 

참고로 혼진이랑 에도시대, 막부의 다이묘들이 에도에 머무를 때 이용했던 공식 역참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집안이 원래 혼진을 하던 집안인데, 막부 말 혼란기를 틈타 땅을 왕창 사고 신흥지주가 되었다고...

전전-전후의 혼란기에 일본인들의 삶은 참 다이내믹했겠습니다. 그 와중에 전쟁에서 죽은자들이 있고 돌아온 상이군사들이 있고.... 분명 전쟁중 그들의 삶은 우리가 반일 스토리에서 주로 다루는 비인간적인 면모들이 포함되어있을 것인데, 전쟁에서 빠져나간 후 그들은 우리들과 별 다를바가 없네요. 분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죠. 전쟁이란 그런 것인지도.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스포일러 있음)

역시 전쟁관련 에피소드가 빠질 수 없습니다.

전쟁 후 돌아온 큰오빠, 양 눈을 잃어버렸는데 과연 그는 우리 친오빠가 맞을까? 궁금해하는 17살 소녀의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어머니가 다른 사생아가 큰오빠와 한달 차이로 태어나 눈모양(이중동공, 중공)만 다르고 같은 피지컬로 자라게 되는데, 가정 환경과 형편이 큰 차이가 나다보니 외모는 물론이고 성격도 판이하게 달랐죠. 사생아는 빈한한 형편이나 똑같은 얼굴로 유복하게 사는 큰오빠를 매우 증오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소녀는 음침한 생격으로 격변하여 귀한한 큰오빠를 사생아가 가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 소설 뿐 아니라 요코미조 세이시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그들의 성격을 결정하는 히스토리는 모두 작가의 머리속에 있는 것일까요? 보통 대하드라마라고 부르는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입체적인 인물들을 읽으며 작가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작가의 머릿속에서 이 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끄집어져 나오는 것인지 감탄이 끊이질 않습니다. 다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들에서는 인물의 유형이라는 것은 있어서 이름만 바꿨다 뿐이지 같은 성격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이 작품의 결말은....우물에 몸을 던진자들이 많아서 도르래 우물이 삐걱거리는 것일 것 같습니다. 

흑묘정 사건 

 

긴다이치 코스케가 작중 화자인 소설가 Y에게 쓴 편지를 서문으로 시작합니다.

'혼진살인사건'이나 '옥문도'의 삼중 살인사건 같은 소도구의 요염함은 없을지도 모르나 '얼굴 없는 시체' 사건의 간악무도한 범인에게 감사할 지도 모르는 살인이라고 말하는 편지였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긴다이치 코스케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 일화가 소개되었죠.

혼진 살인사건은 마을 사람들의 제보로 구성하여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그 실제 인물 긴다이치 코스케가 Y를 찾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미스테리계의 유명한 트릭 '1인2역' '얼굴없는 시체' '밀실살인' 등 트릭에 대해 논합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얼굴없는 시체' 가 나오면 반든시 피해자와 범인이 뒤바뀐다고 작가가 주장하고 있어요.

 

 

맺으며

다음 소설은 '삼수탑'이 되지 않을까요? 리디셀렉트에서 모두 내려가기 전에 완독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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