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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삼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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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지난번 리뷰에서 예고한 것처럼 이번 리뷰는 요코미조 세이지의 삼수탑입니다. 리디셀렉트에서 이용 가능하며 2021년 8월 29일 리디셀렉트 서비스가 종료되니 그 이전에 내서재에 추가하면 됩니다.

 

여성 화자의 1인칭 서술로 그려지는 미스테리로, 서스펜스와 스릴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작품이 1958년부터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작품 시대상에 비교해도 파격적인 묘사가 많습니다. 전후 일본의 상황이란, 생각보다 더 급진적이고 혼란스러웠던 게 당연했나 봅니다. 작품이 시작하기 전에, 현재의 기준에 맞춰 보아 통용되지 않을 묘사 등은 편집부의 권한으로 수정했다고 나오긴 하지만 실망스런 장면이 없지 않습니다. 작품의 화자가, 자신을 강간하고 자신의 소유물인 듯 낙인 찍은 남자를 사랑한다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삼수탑

작품 서두부터 불길하게 들리는 삼수탑은 일종의 공양탑으로, 세 명의 잘린 머리 (그 중 한명은 머리 모형인 듯 합니다)를 모신 탑입니다.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겐조 노인이 건축한 것으로, 그가 살해한 사람, 범인으로 몰려 처형당한 사람, 그리고 그 자신, 이렇게 세 명의 머리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 삼수탑의 비밀은 여전히 가려진 채로 서스펜스는 계속됩니다.

 

긴다이치

작중 화자는 사건의 중심에서 여러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용의자로 의심받고 도망치는 중에 수기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긴다이치는 최초 사건부터 등장하긴 하는데, 긴다이치는 독자에게 아무런  아무런 단서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화자, 미야모토 오토네의 1인칭 수기에서는 본인과 본인을 강간한 남자, 다카기 슌사쿠(어릴 때 맺어진 정혼남)와 사건의 중심을 통과하며 스스로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듯 싶습니다. 오토네와 슌사쿠가 삼수탑 내 우물에 갇혀 있을 때, 긴다이치가 구해줄 것이라 믿음을 가질 만큼 명탐정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삼수탑 감상(스포 있음)

이 소설은 의외의 인물이 범인입니다. 대단원의 대단한 해석이 나오기까지, 범인의 의도나 복선이라고는 한 톨도 나오지 않습니다. 거대한 유산을 상속받기로 한 상속자들 사이의 피튀기는 재산다툼으로 보였을 뿐입니다. 거기에 다카기 슌사쿠와 고로의 인물 바꿔치기, 변장에 능하고 명석한 주인공남자(그래봤자 강간범)의 종횡무진 활약 서스펜스로 독자의 눈을 가렸습니다. 아니 가린 게 아니라 보여주질 않았던 게 맞네요. 그래서 나름 아쉽게 읽었습니다. 부모를 잃은 소녀 미야모토 오토네를 거두어 키운 백부(이모부) 가 범인이었고, 그 이유는 사랑이었다니.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모부였으나, 작중 간간이 묘사되듯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 '맑게, 밝게, 아름답게' 라는 학교의 모표와 딱 들어맞는 양갓집 규수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도리는 없었던 것입니까? 실제로 범인들도 어떻게든 이 아가씨를 한번 강간해 보겠다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으니까요. 요코미조 세이시는 그녀의 몸에 타이츠를 입혀 변태스런 색정클럽에 데려다놓고, 얼굴을 가렸음에도 남자들의 욕정어린 시선과 여자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는 그녀를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흥미진진해서 이전에 연달아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갔습니다만, 곳곳에 숨은 여성비하적인 묘사들이 끊임없이 걸리적 거리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과 동시대의 역사를 공유한 적이 있는 일본이 배경인 터라, 이것 저것 위화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50년대라면 아직 근대적인 생활방식이 존재할 것 같은 한국으로만 생각되는데, 일본은 각종 서양식 유흥과 개방적인 성문화에 이미 익숙해지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주인공 오토네의 입을 빌려 동성애를 혐오스럽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실제로 동성애 관계는 역사적으로도 있었다며 설명하기도 하고, 작중 인물중 하나인 시로는 미소년으로서 여성들을 등에 업고 다니는 색정남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양부와 양녀간 상간이나 쓰리썸에 대한 묘사도 있습니다. 그 당시 일간지에 연재되는 소설의 수위가 그정도로 개방적이었구나 싶습니다. 하긴 일본의 성문화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긴다이치 쿄스케가 일부러 말한 것처럼, 합리적일 필요는 없는 우연이란 것도 존재한다고는 하나, 소설의 대부분이 우연으로 이루어 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드라마 

역자 후기에 드라마화 된 정보가 있어서 찾아보았습니다. 1956년엔 영화로, 1972년, 1977년, 1988년, 1993년 모두 드라마로 5회 영상화되었다고 합니다.

김전일 긴다이치 쿄스케 (드라마)

드라마화된 삼수탑을 잠시 보았는데, 세상에 책에서는 묘사되어 있지 않았는데 오토네가 슌사쿠로부터 강간당할 때 쳐맞는 모습도 나온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책에서 삭제한 장면은 아마 그런 폭력적인 묘사겠지? 아니면 드라마에서 리얼리티를 더 살리려고? 하지만 그렇게 쳐맞고 강간당했는데 밤에 자꾸 생각나...는 뭐야 정말 말도 안되는. 작가가 남자이면서 여성인 척 서술 한 게 너무나 뻔히 보인다. 아 못볼 것을 보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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